기원전 1620년경, 지중해에 커다란 규모의 화산폭발이 일어나다
기원전 1620년경, 지중해에 커다란 규모의 화산폭발이 일어나다
- 테라 화산 폭발로 동부 지중해 연안이 세계 최악의 자연 재해를 경험한다.
산토리니라고도 알려진 에게해의 자그마한 섬 테라를 덮친 화산 폭발에 대한 기록은 어떠한 문헌에도 남아있지 않으며, 폭발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두고 과학자들의 논의는 여전히 분분하다
테라의 분화는 기원전 1500년경에 일어난 것으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지만, 1980년대에 실시된 그린란드 빙핵 분석과 연륜연대학,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등의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부 학자들은 기원전 1620년대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테라 화산 폭발의 규모는 화산 폭발 지수(VEI) 기준으로 7등급에 해당한다. 참고로 화산 폭발 지수 기준으로 대규모 분화는 아래와 같다.
순위 | 화산 | 시기 | 추정 분출량 (DRE) | VEI |
1 | 토바 (인도네시아) | 약 74,000년 전 | 2,800 km³ | 8 |
2 | 옐로스톤 (미국) | 약 64만 년 전 | 1,000 km³ 이상 | 8 |
3 | 타우포 – 오루아누이 분화 (뉴질랜드) | 약 2.6만 년 전 | 1,170 km³ | 8 |
4 | 탐보라 (인도네시아) | 1815년 | 150 km³ | 7 |
5 | 사말라스 (인도네시아) | 1257년 | 100 km³ 이상 | 7 |
6 | 미노아 – 테라 (산토리니) | 기원전 약 1600년 | 28–41 km³ | 6~7 |
7 | 백두산 천지 분화 | 946년 | 25–45 km³ | 7 |
이상의 표를 보면 테라 분화는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화산 폭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1, 2, 3은 인류가 경험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기라고 하겠다)
테라 화산 폭발의 여파는 동부 지중해 연안 건너편까지 미쳤다. 폭발이 불러온 거대한 지진 해일은 미노아인들이 이룩한 북부 크레타 문명을 파괴했고,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단. 폭발은 또한 테라 섬에도 커다란 칼데라, 즉 화산 함몰지를 남겼으며, 아크로티리 시는 8m 높이의 잿더미 아래 파묻혔다.
이집트 쪽 기록으로 살펴본다면, 이 화산 폭발 사건이 나일 강 유역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았던 듯 하다.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이집트를 휩쓴 재앙이 화산 폭발의 여파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몇몇 있으나,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은 몇 세기 이후의 일이라 어거지로 끼워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기원전 1618년경 중국의 하(夏) 왕조가 멸망할 무렵 기이한 날씨 변동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것이 폭발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어떤 학자들은 심지어 테라를 플라톤이 ‘위대하고 훌륭한 제국’의 심장부라 묘사했던, 사라져 버린 전설적인 섬 아틀란티스와 연관 짓기까지 했다.
아크로티리에서 1967년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으로 훌륭한 프레스코화가 여럿 드러났는데, 이집트, 크레타, 레반트인들과 무역과 문화 교류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폼페이와 달리, 이곳 주민들에게는 사전에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