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 신학 되새김] 노트 32 : 인간 생명의 자기 초월과 불안정성

김경재, 『틸리히 신학 되새김』

 

노트 32 : 인간 생명의 자기 초월과 불안정성

종교와 속화와 마성화 위험

 

생명의 자기 초월은 생명의 속화에 의해 부정되고 대척된다. (347)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흔히 거룩한 것이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독재자는 자신의 생명 존엄성을 먼저 파괴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의 생명 존엄성을 파괴할 수 없다. (348)

 

인간 생명의 자기 초월 운동으로 나타나는 종교현상과 인간의 자기 초월적 자의식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교만(hubris)이다... 휴브리스는 단순히 도덕적 자기선(自己善)한 행위에 대한 자기 자랑이나 우쭐댐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생명의 자기 초월 충동이 일으키는 위대한 유혹이며 비극이다. (348-349)

 

종교는 언제나 속화와 마성화(魔性化, demonziation) 사이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진지한 종교적 삶에는 언제나 이 두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349)

 

십자가의 계시 사건에 기초한 역사적 종교로서 기독교라는 종교가 자기 자신을 절대적 종교로 자처할 때, 기독교 또한 마성화될 위험에 빠진다. 기독교 교회가 거룩한 것은 교황이나 성직자, 주장하는 경전이나 신학 체계, 전통과 상징체계 그 자체가 거룩해서가 아니다. 그것들은 참으로 거룩한 분을 가리키는 손가락들이다. (350)

 

왜 종교는 가장 거룩하고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우리 인간의 삶에서 최고 주제를 다루면서도 왜 현실에서는 왜곡, 타락, 변질, 심지어 반인간화와 마성적 성격을 지니게 되는가를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틸리히는 그 문제를 종교가 지닌 실존적 인간 삶에서의 불안정성이라는 주제 아래서 다루고 있다. (351)

 

틸리히... 종교가 불안정성에 휩싸이고 타락하거나 변질하여 비인간화 내지 반인간화의 경지까지 전락하는 것은 종교체험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자기 초월 운동이 실존적 상태에서 ‘자유와 숙명적 제약’이라는 존재론적 양극성 사이에서 긴장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352)

 

장공의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 (352)

 

자유는 억압이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이기도 하지만, 새롭고 고귀한 것을 추구하고 쟁취하려는 자유이기도 하다. 자유를 얻은 인간은 자신을 창조한 창조주를 부인하고 반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자기 존재를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는 공동체와 자연환경을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자해 행위도 저지를 수 있다. (352)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상대적 자유... 상대적 자유는 매우 역설적이게도 숙명적 제약 때문에 가능한 체험이기도 하다. (352)

 

항상 거룩하고 신성해야 할 종교 현상과 종교 체험이 속화되고, 심지어 마성화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숙명적 제약’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고 유한한 자유를 무한한 자유로 착각하면서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으로 간주하려는 어리석은 오만과 교만, 야망에 있다. (353)

 

중세 교황청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성직 질서를 절대화했다. 개신교는 경전과 교리와 특정 신학 체계를 절대화한다. 마침내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종교 기관과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을 신성시하고 절대화하고 거룩하다고 착각하며 위세를 부린다. 종교는 억압 구조로 변하고, 마침내 인간을 비인간화한다. (354)

 

인간이란 가장 거룩한 예배 행위와 종교적 집회에서도 자신을 은폐하고 위장하고 스스로 거룩하다고 주장하는 불신앙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신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칼 바르트가 “종교란 가장 은밀하게 은폐 우장한 인간 교만의 형태”라고 비판하면서 종교에 대립하여 “하나님의 직접적 자기 계시”를 중시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