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 신학 되새김] 노트 8 : 존재 물음과 비존재

김경재, 『틸리히 신학 되새김』

 

제2부 : 존재자들과 존재 자체

피조물 의식과 창조주 신앙

 

노트 8 : 존재 물음과 비존재

 

‘신’이란 인간의 유한성 안에 내포된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란 인간이 궁극적으로 관심하는 그것에 대한 이름이다... 궁극적 관심은 모든 유한하거나 구체적 관심을 초월하는 것이라야 한다. 왜냐하면 유한자 안에 내포된 모든 문제에 대한 대답이 되려면 유한자의 모든 영역을 초월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107)

 

‘하나님의 존재하심’... 입으로는 초월적 최고 존재자로서의 하나님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대 철학의 현자인 하이데거가 지적했듯이 ‘존재’와 ‘존재자’를 혼동하고 있는 것... (110)

 

‘존재’ 곧 ‘있음’이란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요, 그러한 존재를 체험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 속에 살면서도 물에 대해 사색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존재론적 충격’ 중에서도 죽음은 가장 강한 충격이다. (110)

 

틸리히에 의하면 인류의 종교사를 검토해볼 때 신관에서 핵심 문제는 인간이 경험한 신적 실재, 곧 궁극적 실재가 특수한 구체성과 보편적 궁극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긴장 갈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113)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 1) 기독교 신관의 특징을 드러낸다.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능력, 절대적 초월성과 절대적 자유의지를 고백하는 신앙임을 드러낸다. 2) 창조된 것과 창조 행위 그 자체는 선하고 좋은 것이라는 고백, 곧 ‘창조 세계’에 대한 대긍정의 신앙... 3) 존재하는 것들, 곧 우주 만물과 인간 존재가 아무리 광대하고 놀라운 점을 지녔더라도 모든 존재자는 우연성과 유한성을 지녔다는 것을 자각하고 고백하는 신앙이다... (115-116)

 

‘무로부터의 창조’를 ‘하나님으로부터의 창조’라는 의미로 재해석하려는 시도... 스피노자, 쉘링, 화이트헤드, 한국 신학자 길희성... ‘창조’를, 기계를 만드는 공작 개념으로 이해하거나 요술적 기적 행위로 해석하기보다는 존재자들과 생명 있는 것들을 낳는 ‘출산 개념’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우주 만물이 곧 신이라고 생각하는 범신론적 세계관은 반대하지만, 창조 세계를 창조주의 몸의 표현태라고 생각하자는 은유이다. 이른바 초월적 유신론과 내재적 범신론을 동시에 극복하려는 범재신론적 신앙의 입장이다... 군주적 신이 아닌 동반자 하나님이고, 무감동의 초연자(超然者)가 아니라 함께 아파하는 긍휼의 하나님이며, 전능을 과시하는 ‘작업가설적 신’이 아니라 기다리고 치유하는 하나님으로 이해하려는 신관이다.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