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사 산책 1] 제4장 : 강요된 개항 근대의 시작 (2) 일본이 조작한 운양호 사건

강준만, [한국 근대사 산책 1] 천주교 박해에서 갑신정변까지

 

제4장 : 강요된 개항 근대의 시작 

(2) 일본이 조작한 운양호 사건

 

1873년 일본의 정한론 번성 이유

• 1868년 1월 4일 메이지유신... 위로부터의 개혁정책을 집행... 천황제 통일국가를 수립한 일본은 대륙팽창 야욕을 드러내면서 1871년 9월 ‘청일수호조규’를 체결한 데 이어 조선을 넘보고 있었다. (148)

• 일본 무사계급의 실직... 김용구... “이들의 처리 문제가 메이지 정부로서는 큰 과제가 아닐 수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정한론이라는 명분이었다.” (149)

• ‘조직론’... 인사적체 현상이 일어나면 그 조직은 목숨을 걸고 성장을 추구하게 된다... 일본의 조직 전문가인 사카이야 다이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이라는 어리석은 사업에 손을 대고 그걸 7년간이나 지속시킨 것도 ‘인사 압력 신드롬’에 따른 성장 지향의 분위기가 조직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149)

• 실무의 세계에서는 ‘현실적’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목적을 달성하기 쉬운’ 것을 말하지 ‘착수하기 쉬운’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이런 식의 구분이 되지 않고 착수하기 쉬운 쪽을 골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참모들은 바보도 악인도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성장에 길들여졌던 그들에게,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음을 인정하고 성장 지향을 악으로 보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149-150)

• 파시즘을 ‘이성의 몰락’으로 간주한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도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능력 있고 정력적인 많은 사람들이 권력욕을 표출할 출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에전에는 작은 국가들이 있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정치권력을 부여했고 작은 사업들이 있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권력을 제공했는데 그런 출구가 좁아지면서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 파괴적으로 되어버린 결과 파시즘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전 사회 차원의 ‘인사 압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150)

 

한일 국교 교착의 책임

• 1874년 12월 일본은 조선 정부에 국교수립을 강력하게 요청... 조선의 거절... (150)

• 이태진은 “메이지 유신 직후의 양국 국교 교착은 일본 측에도 큰 책임이 있었”는데도 “일본 측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조선측에 돌려 쇄국이니 은둔국이니 하는 말을 붙인 것”이라고 비판... (151)

• 미국 선교사 길모어(George W. Gilmore, 1857~?)가 1892년 출간한 『서울풍물지』에서 쇄국이 왜구 때문에 빚어진 일로 이해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인게 흥미롭다. (151)

 

운양호 사건의 전말

• 1875년 4월 일본의 운양호 등 군함 세척... 부산에 입항하여 함포 사격... 1875년 9월 20일 운양호가 강화도 초지진에 다시 나타남... 일본군의 포격과 영종도 상륙 후 살육행위로 조선인 서른다섯 명이 전사했고 열여섯 명이 포로가 되었다. 운양호는 대포 36문과 화승포 130여 정을 노획하고 9월 28일 나가사키로 돌아갔다. 일본 측은 수병 두 명이 부상했는데 그중 한 명은 며칠 후 사망했다. (151-152)

• 일본은 일본주재 외국공사들에게 운양호가 음료수를 얻기 위해 강화도에 접근했을 때 조선 측으로부터 포격을 당해 응전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베 겐타로는 ‘좀 우습다’고 했다. “왜냐하면 강화 포대는 사정거리가 짧아 그 포탄이 운양호까지 미치지 못했으며 당한 것은 강화도와 영종도였고 일본 측은 거의 손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교가 없는 국가의 배가 예고 없이 들어갔다는 것은 들어간 쪽이 나쁜 것이다” (152-153)

•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독일 등 일본에 와 있는 각국 공사들은 운양호 사건에 대해 한결같이 사건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지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이 조선을 개항시켜달라고 했다. (153)

 

조작을 밝힌 일본 측 보고서

• 2003년 1월 운양호 사건이 일제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입증하는 일본 측 문서...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당시 운양호 함장인 이노우에 료우게이 해군 소좌가 사건 직후 작성한 최초 보고서(1875년 9월 29일자)를 일본방위연구소 자료실에서 입수, 운양호가 일본 국기를 게양하지 않고 강화도 초지진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53)

• 이태진은 “이노우에의 첫 보고서에 따르면 운양호가 국기를 최초로 단 것은 사건 이틀째인 9월 21일 아침 초지진 공격 때이기 때문에 이 사건이 일본의 침략행위란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이 제기한 국기 모독설은 불평등조약 체결을 위한 계기를 만들려는 조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