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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상식]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馬耳山)에 얽힌 이야기

by [수호천사] 202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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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馬耳山)

 

이 산은 두 개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은 모양으로, 각각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으로 불린다. 모양이 특이한 만큼 당연히 전설이 딸려 있다.

 

옛날 이 산에 남녀 두 산신(山神)이 아기와 함께 살고 있었다. 둘은 열심히 도를 닦으며 하늘에 올라가길 바랐는데, 마침내 그 때가 되었다. 이에 남자 신은 하늘에 올라가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면 부정타니까 한밤중에 올라가자고 했다. 하지만 여신은 밤은 무서우니 낮에 올라가자고 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자 둘은 조금씩 양보해 낮도 밤도 아닌 새벽에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새벽에 물을 길러 나왔던 동네 아낙네가 마침 그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어머! 산이 하늘로 올라가네!” 하고 놀라는 바람에 부정을 타서 두 산신은 하늘로 올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에 화가 난 남자 신이 여신에게서 아기를 빼앗아 자기 옆에 놓고는 주저앉아버렸다. 그래서 지금 수마이봉 옆에 애기봉이 있게 되었고, 토라진 여신은 뒤로 돌아앉아 지금의 암마이봉이 되었다.

 

이 전설은 마이산의 모양을 보고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그 생김새의 유래를 말하는 것일뿐 이름의 유래와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이곳 마이산은 한자 이름 그대로 그 모양이 말[馬]의 귀[耳]와같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덕유산(德裕山)에서 서쪽으로 나온 한 줄기가 전주의 동쪽에 이르러 마이산(馬耳山)의 두 봉우리로 되면서 우뚝 솟아 하늘에 꽂혀 있는 듯하다. 옛날에 공정대왕(恭靖大王, 조선 2대 정종)이 호남에서 무술을 강습하면서 이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비슷하다 하여 마이(馬耳)라 이름 지었다 한다.

 

반면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정종의 이복동생인 조선 3대 태종 임금이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마이산(馬耳山)은 진안(鎭安)에 있는데, 두 봉우리가 우뚝 솟아 동서로 마주서서 모양이 깎아 세운 듯하며, 높이가 천 길이나 되고, 그 꼭대기에 나무가 울창하다. 속설에 전하기를 ‘동쪽 산꼭대기에 작은 못이 있다’고 하나 바라만 보일 뿐이요, 올라갈 수는 없다. 우리 태종(太宗) 13녀녀 계사년에 임금이 산 아래에 행차하여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지냈다.

 

여기에는 태종이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 ‘진안현’ 에 보면 내용을 따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현의 남쪽 7리에 돌산이 하나 있는데 봉우리 두 개가 높이 솟아 있기 때문에 용출봉(湧出峯)이라 이름하였다. 높이 솟은 봉우리 중에서 동쪽을 아버지, 서쪽을 어머니라 하는데,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깎아서 만든 것 같다. 그 높이는 천 길쯤 되고, 꼭대기에는 수목이 울창하고 사면이 준절하여 사람들이 오를 수 없고 오직 모봉(母峯)의 북쪽 언덕으로만 오를 수가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동봉(東峯) 위에는 작은 못이 있고 서봉(西峯)의 정상은 평평하고 샘이 있어서 적병을 피할 수 있고, 날이 가물어 비를 빌면 감응이 있다고 한다. 신라시대에는 서다산(西多山)이라고 불렀는데 소사(小祀)에 올렸다. 본조 태종(太宗)이 남행하여 산 아래에 이르러서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드리고 그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 하여 마이산(馬耳山)이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 김종직(金宗直)의 시에 ‘기이한 봉우리가 하늘 밖에서 떨어지니, 쌍으로 쭈뼛한 것이 말의 귀와 같구나. 높이는 몇천 길인지 연기와 안개 속에 우뚝하도다. 우연히 임금의 행차하심을 입어 아름다운 이름이 만년에 전하네. 중원에도 또한 이런 이름이 있으니 이름과 실제 모습이 서로 비슷하도다. 천지조화의 공교함은 끝이 없으니, 길이 천지가 혼돈했던 처음 일을 생각하도다. (이하 생략)’

 

이들 내용을 보면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정종과 태종 중 누가 지어 주었는지는 엇갈리지만, 이름을 지은 이유는 같게 나와 있다.

 

하지만 언어학적 입장에서는 마이산이 ‘마리산’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마리산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운데 음절 이 떨어져나가 마이산이 되었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름에 맞춰 말의 귀이야기가 덧붙었으리라는 추정이다.

 

이렇게 본다면 마이산은 원래는 머리산’, 크고 높은 산이라는 뜻을 같는다. 바위산이 높고, 특이한 모양을 갖고 있어 보는 사람들에게 경외감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이런 뜻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 최재용, 21세기북스, 2015년, 35-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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