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상식]

명량(鳴梁)은 ‘울돌목’이다

by [수호천사] 2024. 8. 4.
728x90

명량(鳴梁)은 ‘울돌목’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바다가 명량(鳴梁)’해협이다. 가장 좁은 곳의 너비가 294미터인 물길로, 밀물이나 썰물 때면 우레와 같은 파도소리를 내면서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빠른 물살을 함포보다 더 훨씬 강력한 무기로 사용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명량 영화 포스터]

 

명량은 우리말 이름인 울돌()’의 한자 표현이다. ‘()’울 명자이니, 빠르게 물살이 흐를 때 시끄럽게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우리말 뜻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이다.

 

으로 바뀐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 ‘()’은 드나드는 ()’ 또는 도랑(좁은 개울)’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중세국어에서는 돌ㅎ로 읽었다. 이는 삼국사기44 ‘사다함 열전가라(가야) 말에 문()을 량()이라 한다고 한 것이나, 조선 중종 때 나온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돌 량()’이라 밝힌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지금도 문을 여닫는 데 쓰기 위해 붙이는 쇠붙이를 돌쩌귀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이 바로 이 말의 흔적이다. ‘울돌에서의 은 물론 문()보다는 도랑의 뜻으로 썼고, ‘=이므로 ()’과 합쳐 명량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울돌은 결국 우는 돌(도랑)’이라는 뜻이 된다.

 

은 사람의 목처럼 잘록하면서 두 지역을 이어주는 좁은 곳을 말한다.

 

이곳 바닷길의 형태를 보면 울돌이라고만 해도 물살에 세고 좁은 해협이라는 뜻이 모두 담긴다. 따라서 굳이 자를 붙이지 않아도 되지만 이것이 들어가서 마치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두 번 반복된 형태가 되었다.

 

울돌은 물살 흐르는 소리가 우레와 같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했는데, 우레역시 울다에서 나온 말이다. 한동안 우레가 천둥을 뜻하는 한자어 우뢰’(雨雷)에서 나온 말로 잘못 알고 우뢰를 표준어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레는 이미 15세기에 울에라는 말로 쓰인 자료가 남아 있는 순 우리말이다.

 

울에는 그 이전에 울게였던 말의 발음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울게울다’()의 어간 ~’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가 연결된 형태다. ‘(하늘이) 우는 것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울게 > 울에 > 우레로 바뀌어온 말이다.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 최재용, 21세기북스, 2015, 51-53.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