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鳴梁)은 ‘울돌목’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바다가 ‘명량(鳴梁)’해협이다. 가장 좁은 곳의 너비가 294미터인 물길로, 밀물이나 썰물 때면 우레와 같은 파도소리를 내면서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빠른 물살을 함포보다 더 훨씬 강력한 무기로 사용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이 ‘명량’은 우리말 이름인 ‘울돌(목)’의 한자 표현이다. ‘명(鳴)’은 ‘울 명’ 자이니, 빠르게 물살이 흐를 때 시끄럽게 우는[鳴]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우리말 뜻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이다.
‘돌’이 ‘梁’으로 바뀐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 ‘량(梁)’은 드나드는 ‘문(門)’ 또는 ‘도랑(좁은 개울)’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중세국어에서는 ‘돌ㅎ’로 읽었다. 이는 『삼국사기』 권 44 ‘사다함 열전’에 “가라(가야) 말에 문(門)을 량(梁)이라 한다”고 한 것이나, 조선 중종 때 나온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에 ‘돌 량(梁)’이라 밝힌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지금도 문을 여닫는 데 쓰기 위해 붙이는 쇠붙이를 ‘돌쩌귀’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돌’이 바로 이 말의 흔적이다. ‘울돌’에서의 ‘돌’은 물론 문(門)보다는 도랑의 뜻으로 썼고, ‘돌=梁’이므로 ‘명(鳴)’과 합쳐 ‘명량’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울돌’은 결국 ‘우는 돌(도랑)’이라는 뜻이 된다.
‘목’은 사람의 목처럼 잘록하면서 두 지역을 이어주는 좁은 곳을 말한다.
이곳 바닷길의 형태를 보면 ‘울돌’이라고만 해도 ‘물살에 세고 좁은 해협’이라는 뜻이 모두 담긴다. 따라서 굳이 ‘목’자를 붙이지 않아도 되지만 이것이 들어가서 마치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두 번 반복된 형태가 되었다.
‘울돌’은 물살 흐르는 소리가 ‘우레’와 같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했는데, 이 ‘우레’ 역시 ‘울다’에서 나온 말이다. 한동안 ‘우레’가 천둥을 뜻하는 한자어 ‘우뢰’(雨雷)에서 나온 말로 잘못 알고 ‘우뢰’를 표준어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레’는 이미 15세기에 ‘울에’라는 말로 쓰인 자료가 남아 있는 순 우리말이다.
‘울에’는 그 이전에 ‘울게’였던 말의 발음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울게’는 ‘울다’(鳴)의 어간 ‘울~’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게’가 연결된 형태다. 즉 ‘(하늘이) 우는 것’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울게 > 울에 > 우레’로 바뀌어온 말이다.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 최재용, 21세기북스, 2015년, 5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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