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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웅(2012). 디아스포라와 현대 연변조선족의 상상된 공동체. 한국사회학, 46(4), 96-136.
종족의 사회적 구성과 재영토화
I. 들어가며
- 연변출신 시인 석화... ‘연변, 사과배’... 연변 사과배는 사과와 배를 접붙여 만든 신종과일로 남한과 북한 사이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사이에 낀 연변 조선족의 정체성을 빗대는 말로 자주 사용되어 왔다. (97)
-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내 한인들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자신들만의 문화적 순수성을 고집하며 종족적 정체성(ethnic identity)을 유지해 왔다... 근원적으로 바뀌지 않는 종족성을 전제로 하는 본원론적 접근을 통해 분석되거나(전경수), 중국의 국민 정체성과 ‘조선민족’의 정체성 사이에서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는 것으로 분석됨... (97)
- 연변 현지의 조선족에 대한 분석... 조선족의 다측면적인 제3의(독립적인) 정체성의 실체를 연변사회에 초점을 맞춰 ‘종족의 사회적 구성과 재영토화’라는 틀에서 분석...(98)
- 중국의 소수종족으로서 연변 조선족은 국가, 상상된 민족, 종족 사이의 긴장된 관계에서 한국에서의 초국가적 이주를 통해 어떻게 독립적인 정체성을 구성해 왔는가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에서 현대 연변 조선족은 이주노동에 의한 잉여창출과 사회해체라는 딜레마를 어떠한 공동체 담론을 통해 극복하면서 자신들의 종족 공동체를 재영토화해 왔는가? (98)
- 연변 조선족이 문화적, 심리적으로 유지해 온 것으로 평가되는 민족 정체성 자체는 ‘상상된(실질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관념’으로서 실제로는 종족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고, 이 정체성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 변화되는 것으로서 ‘한민족’의 개념으로부터 분리되고 중국 국민 정체성으로부터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라는 점... (98
- 한국인의 ‘한민족’과 연변 조선족의 ‘조선민족’ 관념은 역사적인 모국의식에서 비롯된 동일한 실체로 가정되어 왔지만 “종족과 그것의 정체성은 사회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에서” 둘 사이의 간극은 근본적으로 벌어지게 된다. (98)
- 한국에서의 초국가적 이주노동 경험을 촉매로 하여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종족적 자부심을 회복하며 제3의 정체성을 발전시켜온 연변 조선족이 도시 및 글로벌 공동체 담론을 통해 가족해체와 농촌붕괴라는 내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외적으로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도모하면서 새로운 공동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 (98)
- 중국 조선족의 ‘탈영토화’ 혹은 ‘탈종족화’... 연변 조선족의 경우는 연변 자치주의 영토를 바탕으로 ‘재영토화’의 전략을 모색... (98)
- 전체 중국 조선족의 이산의 정체성은 이촌향도와 초국가적 이주를 통해 탈영토화하면서 변형되어 왔지만, 연변 조선족의 사례는 연변 자치주라는 영토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종족 정체성을 강좌시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종족 공동체를 재영토화하며 새로운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99)
II. 이론적 배경
1. 네이션, 민족, 종족과 종족 정체성의 사회적 구성
- 앤더슨(1991)은 자본주의, 인쇄기술, 언어적 다양성의 통일에 의해 ‘상상된 공동체로서의 네이션’이 형성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상상되는 방식’에 따라 그 사회적 구성을 평가해야 한다... 네이션은 ‘문화적 가공물’, 즉 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사회적 기능에 의해 구성되는 근대적 산물인 것... (99-100)
- 네이션은 기본적으로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거나 변화하지 않는 역사적 실체라기보다는 국가를 형성하는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산물로서 국가를 형성하거나 국가에 의해 활용되는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100)
- 스미쓰(1991)는 네이션이 ‘정치적인 산물’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집합적인 문화적 현상’이란 점을 강조한다. (100)
- 네이션은 정치적 요소와 함께 종족적 요소를 포괄한다... (100)
- 민족과 종족의 개념... 한국인이 말하는 ‘민족’(대범주의 민족)... 조선족이 말하는 ‘민족’(소범주의 민족) (101)
- 조선족의 한족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열등감은 제2공민으로 타자화된 굴절된 국민 정체성을 낳기도 했지만, 조선족의 초국가적 이주노동에 의한 잉여창출은 조선족의 사회경제적 자부심을 회복시키고 종족 정체성을 강화시킨 배경이 되었다. (102)
2.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정치
- 중첩된 디아스포라는 중국 조선족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문화적 과정이자 사회적 기제... (103)
- 연변사회의 경우는 귀환 조선족과 함께 종족 정체성이 강화되고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가 종족 공동체의 재영토화를 수반했다. (103)
- 조선족은 1990년대 이후 중국의 도시화와 초국가적 이주를 통해 해체되면서도 사회적으로 재구성되는 이산적인 정체성을 발전시켜 왔다. (103)
- 정체성의 정치는 ‘무엇이냐’(being)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되느냐’(becoming)의 문제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나의 과정 속의 구축물로 파악되어야 한다. (104)
-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은 경계적 위치에서 사이에 끼인(in-between)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며 소수집단의 이방인적 시공간에서 ‘내부에서의 외부적 위치’와 ‘전체에서의 부분의 위치’를 통해 차이와 혼성의 경계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104)
- 연변 조선족의 사례에서 디아스포라의 특수성은 중첩된 이주를 거쳐 고향의 영토인 연변을 중심으로 탈영토화의 기제가 다시 재영토화를 강화시켜주는 기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104)
III. 연구방법
- 46명의 연변 조선족에 대한 심층면접... 출판물, 신문, 언론매체... 초국가적 이주를 통해 연변조선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고 새로운 공동체 담론을 통해 자신들의 상상된 공동체를 어떻게 재영토화해 왔는가를 분석할 것... (105-106)
IV. 연변 조선족의 역사적 이주와 정체성의 변화
- 조선 후기 19세기 후반 무렵부터 중국 동북부 지역으로 이주를 시작... 일제는 제국주의적 확장 정치의 일환으로 중국인과 조선인 사이의 종족적 갈등을 부추기는 인종적 민족주의 정치를 구사... 1931년 ‘만보산 사건’... 1932~1935년 ‘민생단 사건’... 이러한 종족적, 인종적 식민경험은 적어도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수립되고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시점까지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혹은 조선 조국관’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07)
- 1949년 수립된 중국공산당... 인종적 민주주의 정치를 행사... 안정적인 자치공동체를 형성하며 자신의 종족적, 문화적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선족’이라는 명칭... 1965년 문화대혁명은 반사회주의적인 전통적 가치와 소수종족의 분리주의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2천여명의 조선족이 죽임을 당했고, 약 3만여 명이 체포 심문 당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연변 조선족은 ‘조선민족’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중국내 소수종족이라는 열등감과 국가의 통제에 대한 두려움을 모순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107-108)
-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한 이후 한국으로의 이주 붐에 의해 상황은 급속도로 바뀌게 되었다... 불법체류와 함께 조선족의 불안한 이주현실은 매스컴을 타고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켰고... 한국에서의 조선족에 대한 종족적 차별은 한국에 대한 조선족의 부정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9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서구권 국가 교포들의 이중국적은 포용하면서도 사회주의권 교포들의 시민권은 배제함으로써 혈통에 토대를 둔 종족적 유대의 원리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기제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108)
초국가적 이주와 ‘중국 조선족’ 정체성의 강화
- 한국정부는 2005년 ‘동포귀국지원 프로그램’ 실시해 불법체류하는 조선족을 양성화... 2007년 ‘방문취첩제’ 실시...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전체 조선족 중에서 연변 조선족은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109)
- 1980년대까지... ‘잃어버린 친척’...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성가신 동포’... 영화 ‘황해’에 비친 조선족의 모습... 한국인들은 조선족보다도 미국인들에게 더욱 친밀감을 드러냈다... (109)
- 한국에 정착하려는 조선족과 중국 연변으로 귀환하려는 조선족 사이에서 대한국 인식과 정체성은 크게 구별되었다... (110)
-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는 연변 조선족의 경우에선 ‘종족’의 문제와 함께 자본주의 사회의 편입에 따른 ‘계급’의 문제가 복합적인 갈등 속에 뒤섞여 있었다... 귀환 조선족과 함께 연변사회 내의 계급갈등은 종족의 문제 속에 흡수되거나 아니면 종족의 갈등 속에서 변형되어 표출되어왔다는 점이 중요... (110)
- 중국의 꽌시문화에 동화하여 상류계급으로 상승하려는 한족동화 현상이 강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연변 조선족의 정체성의 정치에서는 종족의 범주가 계급의 범주를 압도해왔던 것이다. (111)
- 연변 조선족은 중국 사회에서 경험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즉 열등감을 간직하면서도 중국사회에서 내재화했던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에서 경험하는 ‘눈에 보이는 차별’에 대응해 왔다는 점... (111)
V. 현대 연변조선족의 종족 정체성과 공동체의 재영토화
-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 연변사회는 한국에서의 이주노동과 종족적 차별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왔다. ‘한국바람’에서 드러난 조선족의 친한국적 정서는 급격히 감소하면서 남북한을 향한 상상된 관념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은 사그라지고 조선족의 독립된 종족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변화했던 것이다. (111)
- 한족에 대한 사회적 열등의식은 제2시민으로서 타자화된 국민 정체성을 낳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에 의한 잉여창출을 통해 경제적 자부심을 회복하면서 굴절된 국민 정체성을 극복하며 자신들의 종족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 (111-112)
1. 국가, 상상된 민족, 종족의 삼각관계
- 조선족과 한반도 정체성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은 급격히 줄고 ‘중국 조선족’의 정체성이 강화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증가... ‘한민족’이라는 용어보다는 ‘조선민족’이라는 용어가 더 친근... 한국에서의 이주노동과 잉여창출의 사회적 계기가 큰 영향... (112)
- ‘중국 조선족’ 정체성이 강화되면서도 ‘조선족’ 자체의 종족성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 (113)
1) 상상된 민족과 종족 사이에서 : 소범주로서의 조선민족
- 조선족의 이중적 정체성... “조선민족집단의 한 부분이며 중국 국적을 가진 소수민족의 일원”... 중국 국적, 조선 민족... (113-114)
- 정판룡의 ‘이중성격론’과 ‘며느리론’... 조선족 문화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조선족은 중국이라는 대가족에 시집을 온 며느리와 같다... 김강일의 ‘문화의 변연성’... (114)
- 연변 조선족의 상상된 민족의식은 조선족의 종족성을 옹호하면서도 한국의 정치적 민족성은 배제하는 형태에서 변화된 독립된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115)
- 과거와 달리 한민족으로서의 상상된 정체성은 거의 사그라졌고 동시에 중국 국민 정체성 속에서 조선족으로서의 종족적 정체성이 강하게 부각되어 왔다. (115)
- 중국과 한국의 축구 시합에서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인가... 응답자들의 94%가 중국을 선택...(115)
2) 국가, 국민, 종족 사이에서 : 우리는 중국인 그러나 우월한 조선족
- 중국공산당의 개혁으로 토지를 분배받았던 연변 조선족에게는 중국 국가에 대한 감사의 정서와 함께 문화대혁명에서 겪었던 국가의 종족 차별과 탄압에 대한 두려움의 정서가 공존해 왔다... 연변 조선족은 중국의 국가 정체성을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해 왔다... (117-118)
- 중국 중화정부는 1990년대 이래로 편협한 한족 민족주의 담론을 넘어서 소수 종족을 중화민족으로 상징되는 국가적 범주에 통합, 귀속시키는 강력한 국가중심적 민족주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동북공정’이라는 역사, 문화적 공략을 통해 동북3성의 소수종족 분리주의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치적 안정성과 영토의 통합성을 유지하려 했다... (118)
- 최근 ‘연변자치시’ 건립 논쟁... (119)
- 조선족이 한족과 비교하여 가졌던 문화적, 인종적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은 실제로는 중국사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한족에게 뒤쳐진 사회적 열등감을 반영하는 것... (120)
- 연변조선족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이주노동과 부의 축적을 통해서 문화적, 인종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 자부심을 회복하면서 종족 정체성을 강화시켜 왔다... (121)
- 정치적, 사회경제적 열등감과 문화적, 인종적 우월감이 모순적으로 얽혀 있었던 연변 조선족에게서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에 의한 부의 창출과 성공은 종족적 자부심과 상처받은 국민정체성을 회복하는 배경이 되었다. (122)
- 조선족은 하나의 종족사회로 중국 주류사회와 경쟁하면서도 한국사회와도 분리되는 공동체로 변화했고 이주노동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에 힘입어 조선족은 자신들만의 부강한 종족 공동체를 상상하고 있었다. (123)
- 연변 조선족의 제3의 정체성의 본질은 한국에서 타자화된 종족 정체성을 극복함과 동시에 중국에서 타자화된 국민 정체성을 극복하는 이중적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정체성의 정치의 과정... (123)
3) 발전과 해체의 딜레마와 종족 공동체의 재영토화
- 1990년대 이래 연변사회는 도시화, 이촌향도 및 한국을 중심으로 한 초국가적 이주로 인해 급격한 인구유동을 경험해왔다... 가족해체와 농촌붕괴에서 비롯된 공동체위기 담론의 대두... (124)
- 가정파탄 역시 일부의 불가피한 역기능이고 궁극적으로는 연변 조선족의 이주노동이 가족통합과 사회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 모성애를 통한 극복... (126-127)
- 탈영토화의 결과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 실리를 찾고자 하는 현대 연변조선족의 재영토화 전략... (129)
- 농촌사회의 붕괴와 사회해체의 위기는 연변 공동체의 재구성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129)
- 연변 조선족 공동체의 현대적 재구성은 영토화된 종족적 정체성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의 구성을 통한 재영토화된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 이러한 재영토화의 논리에는 항상 연변이라는 고향이 존재하며 이러한 고향은 이제 영토적 고향이 아닌 ‘영원한 정신적 고향’으로 변모되었다. (130)
VI. 나오며
- 연변 조선족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핵은 국가가 아닌 종족이었다. (131)
- 중국과 한국 사이에 낀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타자화된 종족 정체성과 중국에서의 타자화된 국민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극복해온 연변 조선족의 정체성의 정치는 정신적 고향인 연변 공동체를 재영토화하며 하나의 상상된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132)
- 상상된 한민족 관념에서 벗어나면서도 이를 다시 적극 활용하고 국가에 정치적으로 도전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지부심을 통해 굴절된 국민 정체성을 회복하고 있는 현대 연변조선족의 자황상은 다차원적인 경계에서 변화하는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정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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