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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실]/[도서 정리]

[틸리히 신학 되새김] 노트 17 : 타락 설화의 상징

by [수호천사]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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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틸리히 신학 되새김

 

노트 17 : 타락 설화의 상징

 

타락 설화의 의미는 아담의 타락 설화를 넘어서 인간학적으로 보편적 의미를 지닌다... 타락 설화는 인간의 보편적 실존 상황을 말하는 상징이라는 것, 그것은 결코 과거 어느 시점에 발생했던 타락 사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야 한다. (193)

 

타락 가능성은 인간 존재가 지닌 유한한 자유에 있다. (193)

 

무엇보다도 인간의 자유는 자기 자신의 본질과 본성마저 반역할 수 있는 존재이며, 마침내 자기 자유로부터도 자유하여 그의 인간성 자체를 포기해버릴 수 있다. (194)

 

인간의 자유를 구성하는 모든 잠재적 가능성은 제약성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는 유한한 자유일 수밖에 없다. 이 유한한 자유가 존재론적 불안의 뿌리가 된다. 유한한 자유란 곧 불안한 존재라는 말과 같다. 가능적 잠재성 때문에 인간은 영원무궁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사멸하게 되는 존재이다. 완전을 꿈꾸지만 불완전하다. 본능 욕망은 무한하지만 육체가 감당하지 못한다. (194)

 

중앙에 있는 나무 열매에 대한 금지 명령 각성된, 눈뜬 자유가 순수한 본질 상태를 지속하려는 의지와 갈등을 상징한다. 유한한 자유를 행사하여 자기의 가능성과 잠세성을 실현하려는 의지적 욕구와 순수 상태를 지속하려는 욕망 사이의 존재론적 긴장을 상징한다... 뱀의 유혹은 밖으로부터 오는 제3자의 객체적 사탄이 아니라 인간이 본질적 상태에서 실존적 상태로 전이해가려는 충동, 인간 내부에서 들려오는 자기 실현을 하라는 속삭임이다... 이러한 인간성 내부의 존재론적 긴장 갈등 상황이 에덴동산에서의 뱀의 유혹이 상징하는 본질이다. (195)

 

인간 실존 상태는 인간이 소외 상태임을 말한다... 소회는 성경적 어휘는 아니지만 인간이 처한 곤궁을 표현하는 다양한 성경적 서술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어휘이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곤궁 상태를 표현하는 어휘는 이지만, 이 어휘는 성서가 선언하려는 심각한 인간의 곤궁 상태(하나님, 타자, 인간 자신과의 갈등)를 드러내지 못하고 도덕적 계명의 위반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므로 기독교가 말하려는 인간은 죄인이다라는 말이 지니는 깊이와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소외라는 어휘를 사용할 수 있다. 성경의 타락 설화는 타락의 결과 인간 실존이 삼중적 죄(소외)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불신앙, 탐욕, 교만이 그것이다. (196)

 

불신앙으로서의 소외란 교회가 정한 중요한 교리들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 같은 것이 아니다. 특히 개신교 전통에서 불신앙이란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떠나버리는 전인적 행동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 실존이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세상에 관심과 충성을 바치고 지정의(知情意) 모든 면에서 하나님을 등지는 태도이다. 자기의 존재 지반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단시키고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태도와 행위를 말한다. 성 어거스틴과 가톨릭 신학 전통에서 보면 불신앙으로서의 인간 소외, 곧 근본 죄가 극복되려면 하나님의 은총이 있어야 하고, 종교개혁의 관점에 의하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반드시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196-197)

 

영적 교만(estrangement as hubris)으로서의 소외란 도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자기 업적을 자랑하려는 소박한 의미에서의 자기 자랑이나 도덕적 오만이 아니다. 휴브리스는 인간이 자기 자신이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긍정과 자기 고양을 혼동하고, 인간의 위대한 점을 신적이라고 절대화하는 죄를 말한다. 시대적 영웅, 정치적 절대자, 선민국가, 제국의 영광, 과학의 업적, 문화 이념 등을 절대화하는 교만을 휴브리스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성과 문화를 파괴하는 마성적 성격을 지닌다. (197)

 

무제약적 탐욕으로서의 소외는 타락 설화가 말하는 인간의 세 번째 원죄의 모습, 곧 인간 실존의 곤궁성에 대한 징표이다. 유한자로서 무한자가 되려 하고, 다른 모든 실재들과 나란히 공존하지 않고 자기를 모든 실재들의 중심으로 삼고자 할 때, 인간은 그 반대급부로서 궁핍 고독을 느낀다... 무제약적 욕망은 필요한 만큼 충족되면 그 욕구가 그치거나 감소하는 성격의 상대적 욕망이 아니다. (197-198)

 

원죄란 인간 존재의 소외성이 지니는 보편적 구조를 말한다. 현실 죄란 인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자기 실현 과정에서 경험하는 구체적인 소외 경험을 말한다. (198)

 

타락 설화는 인간 실존이 지닌 보편적 곤궁성과 실존적 불안, 소외, 절망, 갈등, 죄책감, 자기 파괴적 공격성, 생존에 불필요한 무제약적 탐욕과 힘의 추구가 왜 발생하는가를 보여준다고 틸리히는 생각한다. (199)

 

타락 과정을...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전이라는 말로 표현... 하나님은 원래 인간을 선하고 아름답게 창조하셨는데 왜 인간은 추하고 좋지 않은 상태로 변했는가 하는 것이다... (200)

 

틸리히는 인간의 타락 가능성을 자유로운 존재라는 데에서 찾고, 타락의 유혹은 인간 존재가 지닌 자유의 성격이 유한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직 자유로운 존재, 창조적 의지를 지닌 존재만이 죄를 짓고 타락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인간의 위대성이 곧 타락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것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의 역설이다. 자유의지와 합리적 이성, 창조적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이 타락과 범죄를 초래하는 가능성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201)

 

자유의지는 반드시 타락할 수밖에 없는가? ... 인간 세계는 자유와 제약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런 인간 자유의 특성을 유한한 자유라고 부른다... 절대 자유가 아니고 상대 자유다... 무제약적 자유가 아니고 제약적 자유다... 인간은 자신의 유한한 자유를 부정하고 무한한 자유를 욕망하고 추구한다. 유한한 자유는 필연적 자유가 아니고 조건적 자유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존재론적 불안을 지닌다. 존재론적 불안이란 인간 정신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비존재를 감지하는 데서 오는 불안정성이요 모호성을 의미한다. (201)

 

존재론적 불안... 키에르케고르... 인간의 유한한 자유는 존재론적 불안을 부정하고 극복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무제약적으로 강화하고 절대화하려는 무의식적 혹은 잠재의식적 충동에 휩쓸린다.... 세 가지 인간 실존의 모습으로 나타남... 불신앙, 정신적 교만, 무제약적 탐욕... 이 세 가지 질병은 타락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타락의 과정이며 실재 현상이다. (202)

 

불신앙이란 기독교 핵심 교리를 부정하거나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존재론적 지반이며 능력이 되는 존재 자체이신 하나님을 부정하고 등을 돌리는 존재론적 반역 행위다. (202)

 

정신적 교만(휴브리스)는 도덕적 자만심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적 위대성이 만들어낸 그 어떤 위대한 것을 절대화하는 충동을 말한다. (202)

 

무제약적 탐욕이란 인간 실존의 깊은 곳에서 존재론적 불안이 느끼는 온전하지 못한 빈곤성을 채우기 위해, 또 권력욕과 물욕,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게걸이 든 갈증이다. (203)

 

기독교는 인간 실존의 이러한 세 가지 소외 상태를 일컬어 인간은 원죄의 힘 아래 속박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이것으로부터의 해방, 치유, 자유 회복은 단순한 자기 성찰이나 도덕적 명사 수행 정도로는 불가능하다고 기독교는 본다... 그들의 원상회복은 과거로의 복귀로 가능하지 않고 미래에서의 새로운 창조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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